갑비고차(甲比古次)는 강화도江華島의 옛 이름이다. 고구려 때부터 강화도의 옛 지명으로 불려 왔으며 유래로는 ‘갑비’는 고유어 ‘갑’을, 고차는 ‘곶, 곶이’를 표기한 것이라 한다. 갑곶(甲串)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갑(甲)은 돌 위에 돌을 올려놓은 것을 ‘갑석(甲石)’, 두 배를 ‘갑절’, 겹창을 ‘갑창(甲窓)’이라 하는 것처럼 둘(2)의 뜻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강 하류의 조강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이 강화의 최북단에서 둘로 갈라져 강화의 북단과 강화 김포 사이의 염하로 나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본다.


곶(串)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해온 한자음으로 강, 바다로 돌출한 지역이나, 내륙에서 벌판을 향해 길게 뻗어나간 지형에서 온 지명 형태소이다.


즉 갑비고차란 현대어로는 ‘갑곶, 갑곶이’가 되며, 두 갈래로 갈라진 물(바다, 강) 가에 있는 곶으로 된 고을이라는 뜻으로 해설할 수 있다.

미추홀(彌鄒忽)은 인천광역시 일대의 고구려 시대 이름으로 ‘물의 고장’, ‘거친 고장’, ‘뿌리의 고장’이라는 말로 바탕 골이 되며 미추홀은 근원이요 바탕이 되는 곳으로 즉 도읍이 되는 곳으로 풀어볼 수 있다.


강화(江華)라는 지명은 서기 940년(태조 23년)에 처음 등장하였다. 이전에는 해구(海口), 혈구(穴口) 등으로 불리다가 이때에 강화 현으로 편제하였다. 강화는 아랫 고을이라고 하여 강하(江下)라고 부르다가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으로 강화(江華)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처서處暑가 지나서 인지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느낌을 받는다.
은하(銀河)의 서쪽에 있는 직녀(織女)와 동쪽에 있는 견우(牽牛)가 까막까치(까치와 까마귀)들이 만들어 주는 오작교(烏鵲橋)에서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전설의 칠석(七夕) 날이 낼 모래라 그런지 일기가 고루 지 못하여 천둥 번개에 국지성 폭우가 내리더니 어제부터는 하늘은 한없이 맑고 높아져만 간다.
오늘 오후 5시부터 250여 리를 밤새 달릴 울트라 러너를 실은 대형버스는 영등포를 지나 올림픽대로에 들어서 김포평야를 향하여 말없이 달리고 있다.
고촌을 지나 양촌, 통진을 지나니 2차선이었던 강화 교를 1999년에 4차선으로 개통한 강화대교가 떡 나타난다. 강화읍에 들어서니 풍물시장 거리등 한가로운 시골 읍내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017 제11회 갑비고차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장이자 출발지인 강화 공설운동장 내에 버스는 정차했다. 깔끔하게 잘 단장된 자그마한 운동장 출발선에는 대형 아취가 세워져 있고 대회 조직 위원회 스탬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벌써 도착한 울트라 러너들은 등록을 마쳤는지 운동장 이곳저곳을 배회하면서 곧 달릴 준비를 마무리를 한다. 운동장 입구에는 참가 선수를 환영한다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선에 섰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300여 명의 울트라 러너들은 앞 다투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지금 오후 5시부터 제한시간인 내일 아침 09시까지 16시간 동안 밤새 별님과 달님을 친구 삼아 우리는 갑비고차 일대를 한없이 달릴 것이다. 잘 포장된 도로와 운치 있는 마을길은 달리는 러너의 숨차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하다.
15킬로 지점인 양지 삼거리에 들어서니 엷은 구름이 짝 깔리어 있지만 그래도 서해의 일몰로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듯 딱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 좋은 이곳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줄지어 지나는 러너들 틈새로 끼어든다.


강화대교 부근인 중간지점 52,5킬로 갑곶돈대에 도착하니 23시 30분으로 쉼터인 천막 안에는 앞서 온 러너들의 떠드는 왁작찌껄 소리에 따뜻한 온기가 솔솔 풍겨 나오는 듯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서둘러 쉼터를 나와 강화대교 굴다리를 통과하니 100킬로와 60킬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로 우측 100킬로 방향으로 들어섰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도로를 지난다. 이곳도 공사구간이 많이 있다. 어두운 구간을 지나 강화 평화전망대 방향으로 접어들어 송해 삼거리를 지난다. 일대에서 들리는 가까운 듯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방송 소리가 내 귀를 자극한다.

 
이제 중간지점을 넘어서니 몸에 무리가 느끼는 듯 자꾸 걷고 싶어 진다. 사실은 훈련 부족이 아닌가 한다. 대회 신청을 하고 날씨가 좋지 않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아침운동을 거르는 날이 많았다. 그때는 좋았으나 대회일이 다가올 수 록 마음은 조급해져 어느 날은 비가 오는 속에서 우 중주를 한 날이 많았다.
이제는 60대 몸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껴본다. 그날 스피드 연습을 할 때에 목표를 10킬로로 정하고 달리기를 하다가 9킬로 지점을 통과하면서 100미터 달리기로 전력 질주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50대 후반까지만 해도 18~19초이더니 60대 초반에는 21~22초로 멀어지고, 60대 후반에는 23~25초이더니만 이제는 27초를 넘나 든다.


느낌은 가슴으로 보다는 무릎에서 오는 느낌이 더 강렬하였다. 한참 달리기를 할 때는 자동차가 질주하듯이 지금 시속 몇 키로? 하면서 달렸는데 그때가 한철이었나 보다.


4 CP(체크포인트)인 63킬로 지점에 도착하니 먹거리가 풍부하다. 갈증해소에 좋다는 헛개수 음료로부터 각종 음료수와 간식거리로 게맛살까지 준비하여 본인 식성대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그런데 근방에서 이상한 일들을 목격하였다.


20여 년 전 울트라 달리기를 할 때만 해도 주로에서 알코올음료를 먹는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선은 지치고 힘드닌까, 알코올을 마시게 되면 제 스스로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속으로는 할지 몰라도 마신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갈증해소, 피로 해소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알코올음료를 마신다.


물론 25시 편의점이 있어 언제나 쉽게 구하니까 가능하지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러너가 스스로 편의점에서 구입하여 갈증해소 정도의 량(양)만 마시지만, 그러다가 만일에 불상사가 난다면 어쩔 것 인가?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많은가 보니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 가는가 보다.

 
어느덧 한반도 횡단 출발지 부근인 창후리 입구 5 CP 77킬로 지점에 도착하였다.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밤새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하늘의 별님과 달님을 벗 삼아 옛 추억을 회상하며 하루 밤을 꼬박 지새웠다.


마라톤에서 인간의 체력의 한계점이라 알려진 마의 구간은 37킬로 지점이라 한다. 이 지점에 이르면 남은 거리, 달려온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어 내 몸 구석구석에 있는 근육, 혈관, 세포, 간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렸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체력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남겨진 5킬로를 달려야 한다.


그러나 울트라마라톤에서 한계점은 80킬로 지점으로 보통 이 지점에 이르면 마라톤에서 나타나는 증상 이외의 피곤함과 지루함에 자꾸만 걷고 싶어 진다. 쉬고 싶고, 의자에 눕고 싶고 자꾸 요령을 피우려고 한다. 그러나 이 고비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고려산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진달래꽃 단지로 매년 4월 중순경에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를 한다.
마지막 구간인 고려산 고비고개는 고려산과 혈구산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코스이다. 적석사 입구 아랫마을에서 시작되는 고개는 굽이굽이 돌고 돌아 넘어간다. 누가 보면 걷기 대회나 하는 듯! 내 앞뒤로 뛰는 사람은 없고 모두 다 걷는다.


고개정상에 다다르니 고려산과 혈구산을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얼마 전에 설치한 듯 놓여있다. 지금이 아침 7시경이니 지나는 사람도 산책 나온 강아지도 없다. 강화 공설운동장까지는 약 4킬로가 남았다.


내리막길에서 막 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혹시나 무릎에 무리가 올까 하여 구간 구간에 걷기를 겹 드린다. 이제는 평지 2 킬로, 그러나 결승점까지는 너무나 멀다. 저쯤 보이는 군데군데 건물 사이에 보일 듯하건만 운동장의 형태는 보여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막판 스피드를 내려는 러너들에 포위되어 발걸음도 똑같이 내딛는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깨끗한 도로 주변의 가로수가 천고마비의 푸른 하늘을 머금은 듯 푸릇푸릇하다.

 
잘 단장된 황토색 트랙을 달리면서 나는 오늘 07시 38분 한 획을 선명하게 그어본다.